고객이다
초반, 열 네 가지나 되는 리더십 원칙을 보고 생각했다. 아니 이 많은 원칙들을 하나하나 어떻게 기억하지? 아무리 대단한 리더와 팀이라고 해도, 곧 까먹는 일이 다반사일 것 같은데.. 하지만, 책을 덮고 내 의문이 의미 없었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마존은 이 원칙을 피와 살처럼 여기며 모든 곳에서 활용하고 고수한다. 외워야 한다면 그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 될 것이다. 물론 적용 초반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사실 하고 있다). 철저하게 고객 중심적인 사고로 제품을 제공하는 프로세스와 방식을 원칙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우리에게 비슷한 원칙과 사고가 있나? 적용되고 있나? 하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 가 나의 답이 된다. 우리 회사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위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가끔 모두가 간절해하며 흘리는 피와 땀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장기적인 방향을 바라봤을 때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우리에게도 같은 원칙이 아니더라도 단기적 보상을 위해 장기적 판매를 희생시키지 않는 원칙과 사고가 있다면, 더욱더 단단한, 더욱 반짝일 수 있는 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존에서 실행하는 working backwards 프로세스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제품을 발표할 언론 보도자료를 먼저 쓰고, 그에 관한 질문을 예상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프로세스의 출발이다. 그 후에 시각화를 진행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책의 모든 맥락과 아마존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듯했다. 아, 많은 이들이 아마존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구나.
많은 조직은 제품 개발 막바지에 언론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working forwards 프로세스다. 그래서 초기에 고객이 원할 거라 기획했던 내용과는 많이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 개발 단계에 이것이 안 된다. 저것이 안된다고 하며 바뀌는 것들이 많으니..... 음..괜스레 찔린다. working backwards 프로세스는 시작부터 언론 보도 자료를 제작해 만들어져있는 제품이라고 이미 못을 박았기 때문에, 정말 고객이 원할까? 라는 질문엔 다양한 답이 비교적 쉽게 나올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결정도 신속하게 낼 수 있다. 개발을 해내는 단계에도 말을 바꿀 수는 없을 터, 모든 것은 고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을 테니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꿔내는 힘이 발휘될 수 있다.
책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한 회사 내에도 이렇게나 좋은 방식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이 수 많은 방식은 단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고객이다.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우리도 마찬가지로 결국엔 모두 고객에게 어떻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우리가 독서 모임만 할 거란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들어나가는 치열한 전투에서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우리가 믿는 가치,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분명하니 어떤 서비스가 나오든 집중할 것은 하나다. 고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