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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를 읽고 본문
# 상처
다사다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나를 세상에 존재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자신의 세상에서 나를 지웠고, 달콤한 말로 나에게 희망을 전달해 준 사람은 행동으로 나의 희망을 갉아먹었다.
누구나 어린시절 남들에게 말 못할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을 짓을 했을 수도 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것으로 시름시름 앓았을 수도 있다. 나의 어린시절은 다른 사람들, 심지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일들로 가득하다. 그 일이 그들의 귀에 들어갔을 때 나를 바라보는 표정을 상상하면 끔찍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누군가는 나를 동경하고, 누군가는 나를 경멸한다. 누군가는 나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나를 혐오한다. 누군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누군가는 과거로 나를 판단한다. 이런 세상 속에서 자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진심을 의심하고, 스스로 판단한다. 어쩌면 고치려는 노력도 안 했을 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생긴 지독한 상처로 인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처도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상처를 마주해야 한다 생각했다.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과 같다.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항상 물어왔다. 내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 어쩌면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상처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있을까요? 상처가 없었다면, 치유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 목표
누구나 가슴 속에 자신들만의 목표를 갖고 살아간다. 설령 없다고 하더라도 살아가며 하나쯤의 작은 목표들은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목표들을 진지하게 생각하냐, 그렇지 않으냐에 대한 것은 오롯이 자신의 견해에 담겨 있다.
누군가는 엄청나게 큰 목표를 갖더라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슴 속에서만 품어 살아간다. 또 누군가는 작은 목표 또한 실천하지 못하고 그저 희망 사항으로만 내버려 둔다. 또 누군가는 작은 목표라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며 하나하나 이루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주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하며 처절한 전투를 벌인다.
이런 목표들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설명할 때, 아이가 하늘을 나는 꿈을 꾼 것을 부모님에게 설명하듯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런 표정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그 목표에 녹아들어 어느샌가 반짝이는 눈으로 듣고 있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반짝이는 눈으로 내 목표를 설명할 때가 있다. 땀 흘리며 어린아이와 같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설명할 때면 스스로가 환희에 젖어 더 열심히 말한다.
이렇게 우리를 흥분시키는 목표들은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고, 그 세상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줄지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기업의 오너나 아주 멋진 커리어 우먼이나, 석박사 과정을 밟아오며 학계에서 인정받는 논문을 작성한 교수가 아니다. 그저 같이 살아온 가족이 될 수도 있고, 함께 일하는 지친 동료일 수도 있고, 길에 앉아있는 술주정뱅이일 수도 있고, 철없기 그지없는 어린아이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나의 주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성냥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무언가를 설명하는 사람들의 눈을 유심히 바라볼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어떠한 빛이 있는지, 어떤 반짝임이 존재하는지 파악해 낼 것이다. 그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펴 반짝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다. 모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세상에 있는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다.
기록
p. 30
우리 시대의 가장 현저한 현상들 중 하나는 사람들이 다양하고도 상반된 사상, 전통, 종교적 확신, 그리고 생활양식 등을 너무나 많이 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중 매체를 통하여 인간이 겪는 가장 역설적인 경험들을 직면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심장 이식 수술처럼 가장 정교하고 값비싼 일이 일어나는 것을 접하는가 하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 가는데도 그들을 돕지 못하는 이 세상의 무력함을 지켜보기도 한다.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떠나는 인간의 능력을 목격하기도 하지만, 이 땅에서 벌어지는 어리석은 전쟁조차 종식시키지 못하는 인간의 무능함을 보기도 한다.
인권과 종교의 윤리에 대한 차원 높은 토론을 나누기도 하지만, 브라질과 그리스 그리고 베트남에 있는 고문실에 대한 소식도 접한다.
댐을 세워 강의 흐름을 바꾸고 비옥한 새 토지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에 놀라기도 하지만, 지진과 홍수와 폭풍 때문에 인간이 한 세대 동안 건설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이 한순간에 파괴되는 모습도 본다.
p. 44
당신은 자신을 신비주의자나 혁명가로 생각하기를 주저할 것입니다. 그러나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면 자신 안에 신비주의자나 혁명가가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자극적일 정도로 명확하게 드러날 때도 있고, 단지 부분적으로만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게릴라와 청년 급진주의자의 눈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소년의 눈에서 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찻집 귀퉁이에서 기타를 치는 고요한 몽상가에게서, 친절한 수사의 부드러운 음성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의 우수 어린 미소에서 그들을 느낄 것입니다. 아들 혼자서 힘든 길을 걸어가도록 두는 어머니에게서, 자녀에게 색다른 책을 읽어주는 아버지에게서, 어린 소녀의 커다란 웃음소리에서 그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당신의 가족 가운데서, 심지어는 당신의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 가운데서도 그들을 발견할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서서히 나타나서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는 비전으로부터 힘을 얻는, 모든 사람 안에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 그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것이고 우리의 행동을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커다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언젠가 인간이 자유로워지리라는 확신, 곧 자유롭게 사랑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게 합니다.
p.48
천사가 그에게 찾아와 물었습니다.
“너는 무슨 일을 했는가?”
“저는 그 도망자를 적군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네가 메시아를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그러자 목사는 괴로워하며 반문했습니다.
“제가 무슨 수로 그것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자 천사가 말했습니다.
“성경을 읽는 대신, 단 한 번이라도 그 젊은이를 찾아가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면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p.67
내일의 사역자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사람들이 새로운 내적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직면할 수 있는 엄청난 혼란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영적 지도자가 될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p.74
미래의 사역자는 자연스럽게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능력만능주의에 얽매이면 전문성을 핑계로 긍휼이라는 더 큰 임무를 등한시할 수 있습니다.
p.107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요" 라는 해리슨 씨의 위험한 속단이 사실이 아니도록 만들거나, 자신을 마비시키는 불평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축소시키거나, 해리슨 씨의 그릇된 자아상에 대해 정면 공격을 가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를 보세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말씀해 보세요. 제 눈을 들여다보면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기 있어요. 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여기 있을 거예요. 당신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계속 살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길고 힘든 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역이나 공항에서 자기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또한 자신이 돌아오기를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며,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즐거움의 순간들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합니다.
p.117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가 처한 상황에 개입해야 하며, 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전인격으로 참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상하거나 상처 입고 심지어는 파멸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크리스천 리더십의 처음이자 끝이 되는 핵심은 남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진정한 순교란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과 함께 웃는 것에서 시작하며, 고통스럽거나 즐거운 자신의 경험들을 다른 사람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이 스스로의 상태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p.120
가장 은밀하고 가장 개인적인 느낌, 그래서 따라서 다른 사람이 좀처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느낌이 많은 사람의 마음 속에서 반항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내면의 가장 개인적이고 고유한 것이야말로 다른사람에게 표현되고 나누어질 때 그들 마음속 가장 깊이 전달될 요소임이 분명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서 나는 자신들 내면의 고유한 것을 과감하게 표현했던 예술가와 시인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p. 130
외로움이 지금 우리가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우리의 실패를 적절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어일 것입니다. 사역자에게 외로움은 특히 고통스럽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외로움 외에도, 사역자의 일 자체에 의미가 변화하는 데서 기인하는 추가적인 외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p. 140
셈족의 유목민들처럼 우리는 고독한 여행자들이 가득한 광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평화로운 순간과 깨끗한 물, 격려를 찾고 있으며, 그렇게 자유를 찾는 신비로운 탐색을 계속하기 원합니다.
환대가 치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주인이 자신의 집에서 편안함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주인은 예상치 못했던 방문자가 두려움 없이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환대에는 두 가지, 곧 집중과 공동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p. 142
환대와 집중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적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의 목적이 개입되자마자 문제는 “그가 누구인가?” 가 아니라 “그로부터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가 됩니다.
다른 별개의 목적 없이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이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집에서 편안함을 느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그는 삶의 중심을 자신의 마음 속에서 발견해야 합니다.
p.144
환대와 공동체
자신의 외로움에 익숙해져 이젠 자신의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역자는, 손님들을 환대하는 주인이 됩니다. 그는 손님들에게 친근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그곳에서 손님들은 오고가고, 가까이 다가오거나 거리를 두기도 하고, 쉬거나 놀기도 하며, 얘기하거나 침묵하고 식사하거나 금식하는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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