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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의 예수님의 이름으로를 읽고 본문
분명히 밝히지만, 나는 종교인이 아니다.
종교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굳이 따지자면 현재는 불가지론에 가깝다.
이번 책도 관심과 호기심으로 읽은 것이다. 그리고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을 담고있는 것 같아서.나중에 종교인이 되어있을 지 안 되어 있을 지는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이 진리일까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있는가?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줄 사람이 있는가?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고 싶을 때 나와 함께 있어 줄 사람이 있는가? 나를 붙들어 주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사람이 있는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아가는 대부분의 것들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라르쉬라는 곳은 몸과 마음이 상한 이들이, 이곳 저곳 상처가 가득한 이들이, 매일매일 새로운 자아로 탄생하는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헨리 나우웬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명문대의 교수라는 자리에 있었으며, 수많은 학생의 존경과 찬사를 받고 훗날 세계를 움직일 수도 있는 지성을 가진 이들과 함께했었지만, 그 자리가 자신의 소명이 아닌 것을 알고 라르쉬로 향했다.
요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내가 생각한 리더십은 당장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선택하는 것, 당장 느껴지는 불안감을 제거하는 것, 당장 해결할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 당장 리소스를 어떻게 분배할 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리더십이 이끄는 능력 뿐만 아니라, 이끌려 가는 능력 또한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앞에 놓인 길 중에 정말 옳은 길이 무엇인지, 그 길이 어두운 길인지 밝은 길인지 인식하는 것, 도대체 무엇이 나를 그 길로 향하게 하는지 인식하는 것. 그 길로 끌려가는 것이 정말 옳은 건지 인식하는 것. 그럼으로써 모든 사람이 참된 사랑을 느끼게 하는게 리더십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난 생각하는 것을 가장 즐기지만, 동시에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난 무언가 알게되는 것에 흥분해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붓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알아가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리고 난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 그리고 난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칭찬받는 것을 두려워 하기도 한다. 또 난 누군가에게 버림받는 것을 익숙해 하지만, 동시에 버림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이 감정들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지 모르겠으나, 어쨌건 아직도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어린 아이에게 방대한 양의 지식과 모두가 탐내는 권력, 사람들의 찬사가 필요할까? 수많은 재화와 높다란 담벼락에 둘러싸인 호화스러운 집이 필요할까? 물론 있으면 좋겠지. 하지만 그게 나의 본질을 채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인 사랑만 있다면 그 모든게 무슨 소용인가. 삶을 처음부터 시작하더라도 그런 사랑만 있다면, 꾸밈없는 자아와 성취에 상관없이 그런 사랑만 있다면 그 어떤 재화와 자산, 권력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라르쉬는 기쁨과 슬픔, 용기와 두려움, 희망과 절망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으로 구성된 공동체다.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처세술, 지식, 지위같은 것들이 먹히지 않는다. 그가 라르쉬에서 느꼈던 감정, 느꼈던 교훈이 있었고 그 감정과 그 교훈을 보는 요즘엔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아가고 있어서 좋다. 열어둔 창으로 들어오는 가을 바람이 좋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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